청주교대에 지난 8일 붙은 단체 대화방 성희롱 폭로 대자보. ⓒ페이스북 캡처
청주교대에 지난 8일 붙은 단체 대화방 성희롱 폭로 대자보. ⓒ페이스북 캡처

청주교대 ‘단톡방 성희롱’ 피해 학생들이 가해 남학생을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법률사무소 굿플랜은 단체 채팅방에 여학생 사진을 올려놓고 외모를 비하거나 막말을 한 남학생들을 모욕죄로 고소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굿플랜 김가람 변호사는 “청주교대에서 자체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지고 징계위원회가 열릴 예정이지만, 일부 피해 여학생이 학교 조처와 관계없이 남학생에 대한 처벌을 원하고 있어 고소장을 내게 됐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단체 채팅방 대화록을 확인한 결과 남학생 6명 중 5명이 외모 품평이나 성적 발언을 일삼았다”며 “형법상 모욕죄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2개 혐의를 고려했으나 법률 검토 끝에 모욕죄만 고소장에 적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주교대 단톡방 성희롱 사건은 지난 8일 이 학교 본관과 체육관에 붙은 익명의 대자보를 통해 드러났다. 남학생 6명이 참여한 이 단체 채팅방에서 모욕을 당한 피해 여학생은 20여 명으로 보인다.

대자보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단체 대화방에 참여한 남학생 5명이 학과 동기 등 여학생 사진을 올려 외모를 품평을 하거나 성적 발언을 일삼았다. 또 지난 5월 교생실습을 하며 만난 초등학교 2학년을 ‘사회악’으로 지칭하거나 ‘한창 맞을 때’라고 언급했다.

한 남학생은 여학생의 사진을 채팅창에 올려놓고 “면상이 도자기 같냐. 그대로 깨고 싶게”라고 쓰자, 다른 남학생들은 “(얼굴이)재떨이 아니에요? 침 뱉고 싶은데 ㅋㅋㅋ”라고 했다. 남학생 A씨는 3만 원짜리 술값 내기가 걸려있다며 단체 대화방에 여학생 외모 투표를 제안하기도 했다. 여자 동기의 외모를 깎아 내리며 “차라리 암컷 고양이가 낫다”는 취지의 대화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학생 B씨가 교생 실습 과정에서 초등학교 2학년 제자가 바닥에 드러누웠다는 사례를 설명하자 다른 남학생들은 “접촉사고 나면 일단 드러눕고 볼 ⅩⅩ네. 이 정도면 사회악 아니냐”고 욕설을 했다. B씨는 한 초등생 제자를 “멍을 만들어 하교시키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사적인 공간에서 이뤄진 험담을 모욕으로 볼 수 있냐는 주장도 있다. 이에 굿플랜 심민석 변호사는 “형법상 모욕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가 평가 절하되도록 한 표현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단톡방에서 남학생들이 한 언행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모욕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또한 “모욕죄의 구성 요건의 핵심은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공연성)인데 최근 판례는 사적인 단체 채팅방에서 한 모욕 행위 역시 타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심 변호사는 이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은 피해자가 반박할 수 있는 내용이 기술돼 있어야 하지만, 문제의 단톡방 메시지는 피해자가 어떤 행위를 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가 없는 욕설과 성적 표현이 다수 쓰여 있어 고소장에 넣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피해 여학생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진정한 교사가 되기를 꿈꾸는 청주교대생 모임’은 지난 19일 입장문을 통해 “가해 학생들에게 합당한 징계 처분이 내려지기를 바란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단톡방 성희롱 사건은 청주교대뿐만 아니라 많은 대학가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학교 측은 적절한 조치로 전 국민에게 경각심을 주는 선례를 남겨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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