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간 충북도내 대학 3곳에서 성폭력 고발
'청주교대', '충북대', '건대 글로컬' 대응은 '각양각색'

묶음기사

잊을만하면 또 불거졌다. 두 달 사이 도내 학교 세 곳에서 공개적인 성추행 고발이 이어졌다. 여학생들은 같은 학교 남학생, 심지어 남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각 대학은 저마다 사태 수습과 해결에 나섰다. 일부 대학은 조사가 마무리됐고, 일부는 잘못된 대응 방법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방학을 맞은 연말 대학가는 성폭력으로 얼룩졌다.

충북대 게시판
성추행 사건을 고발하는 대자보 위에 붙은 메모지들(충북대 학내 게시판) ⓒ계희수 기자

 

연달아 불거진 성추행 사건...‘도내 대학 왜 이러나’

시작은 청주교대였다. 지난 11월 8일 학교 게시판에 '여러분들의 단톡방은 안녕하신가요?'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에는 "남학우 5명의 언행을 고발하고자 한다"며 "남학생들이 3월부터 8월까지 단체 대화방에서 여학우의 외모를 비교하면서 성적 발언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공개된 대화는 충격적이었다. 한 남학생이 특정 여학생의 사진을 단톡방에 올려놓고 “면상이 도자기 같냐. 그대로 깨고 싶게”라고 쓰자, 다른 학생들은 “재떨이 아니에요? 침 뱉고 싶은데”라고 반응했다. 한 여학생을 지칭하면서는 “섹시하다, 관능적이네”라고 외모 평가를 하기도 했다.

이 남학생들은 교생실급 과정에서 가르친 초등학생에 대해 '사회악', '한창 맞을 때' 등의 발언도 주고받았다. 예비 교사들이 같은 학교 학생을 성추행한 것도 모자라, 실습에서 만난 초등학생을 비하하고 폭력적 발언을 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주교대 단톡방 성폭력 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피해 여학생들은 20여 명에 달하지만, 일부만 가해 남학생들을 모욕죄로 형사 고소했다. 피해 학생들이 선임한 로펌 굿플랜은 지난 11월 20일 청주지검을 찾아 고소장을 접수했다.

SNS 캡쳐
지난 11월 8일 청주교대 게시판에 붙은 대자보 ⓒSNS 캡쳐

얼마 지나지 않아 지역에서 또 하나의 단톡방 사건이 발생했다. 충북대학교에 재학 중인 남학생들이 휴대전화 단체 대화방에서 여학생을 성적으로 희롱하고 모욕했다는 내용이 고발된 것이다.

지난 13일 학내에 붙은 대자보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10여 명의 A학과 남학생들이 단체대화방에서 같은 수업을 듣는 여학생들을 성희롱하고 모욕했다. 알파벳으로 처리된 A 학과는 농업생명환경대학 단과대로 전해진다. 피해학생들이 공개한 대화에는 ‘여학생을 기절시켜 00 하자’거나 ‘퇴폐업소 000 같다’는 등 극심한 성적 모욕감을 주는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일주일 뒤인 20일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에는 이 대학 B교수의 성추행과 갑질을 고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학생 휴게건물 게시판에 고발성 내용이 담긴 메모지가 붙은 것. 내용을 보면 “퍼포먼스를 빌미 삼아 성적인 행위 시키지 말아 달라”거나 “제가 교수님 집에 왜 가야하죠”, “제 속옷이 왜 궁금하죠?” 등 B교수의 문제적 행태와 발언을 고발하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B교수는 “학생들이 불편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었다면 겸허하게 다시 생각해 보겠다”며 입장을 전했고, 학교 측은 진상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학 사태 수습 '각양각색'

현재 청주교대 건은 검찰로부터 사건을 배당받은 청주 상당경찰서가 조사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변호인의 동석 하에 고소인 조사를 마쳤다.

청주교대는 피해자 측이 가해자와의 수업 분리조치를 요청한 바로 다음 날부터 조치를 취했다. 같은 수업을 듣던 피해자들을 가해자와 마주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정신적 충격을 받은 피해 학생 일부는 등교하지 않았다.

청주교대 피해 학생들의 변호를 맡은 굿플랜 심민석 변호사는 “학교 내부 조사가 마무리 됐고 절차상 학교가 가해 학생들의 의견 진술을 받고 있다”며 “조만간 최종적인 징계 수위가 발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충북대학교 사건은 성폭력 신고를 받은 양성평등상담소가 조사를 마치고 학교 측에 징계 요청을 한 상태다. 26일 이 학교 이종희 학생팀장은 “사건 발생 직후 가해 학생들을 격리 조치해 수업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며 “가해 학생들의 (성폭력) 행위가 워낙 명확해 조사에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 팀장은 “애초 성폭력 관련 조치 규정은 한 달 이내 처리하도록 되어 있지만, 사건의 심각성을 파악해 일주일 이내로 조치가 마무리 됐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피해 학생들의 형사고소는 없다고 덧붙였다.

절차에 따른 진상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두 학교와 달리, 건국대 글로컬캠퍼스는 학교의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23일 학교 측이 학생들이 붙여놓은 메모지를 모두 수거한 것. 앞서 청주교대와 충북대 모두 교내 게시판에 대자보와 메모지가 붙었지만 임의로 떼어낸 학교는 없었다.

건국대가 ‘직접 방문’과 ‘이메일’을 통한 제보를 받겠다고 한 사실도 논란이 됐다. 익명의 고발만으로는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확인할 수 없어 행정 절차 진행이 불가하다는 이유다.

학교 측은 이메일 접수 방법을 전하는 안내문에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했는지에 대한 내용을 포함해 제보해 달라”며 ‘접수 가능’ 기간까지 명시해 학생들의 비판을 샀다. ‘누가 학교를 믿고 제보를 하겠느냐’는 학생들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에 대해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최용준 기획예산팀장은 27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신원 노출 걱정을 하는 학생들이 있어 교내 성평등상담소 연계 등 여러 제보 채널을 열어뒀다"고 밝혔다.
 
건국대는 피해 학생들이 가해 교수 이름을 특정해 제보해야만 진상조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학생들이 붙인 메모를 통해 해당 교수가 누군지 유추할 수 있지만, 정황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최용준 팀장은 "학생들이 남긴 메모에는 가해자가 특정되지 않아, 익명의 내용과 정황만 가지고 조사를 하기에는 부담스럽다"며 "확실한 제보가 모이면 진상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