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상도례 폐지 더는 가족관계가 '면죄부' 될 수 없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몇 년 전, 방송인 A씨가 자신의 출연료 60억여 원을 횡령하였다는 혐의로 친형 부부를 고소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검찰 조사에서 A씨의 부친이 그 자금을 자신이 관리했다며, 본인이 횡령의 주체라고 주장하면서 세간에서는 '친족상도례' 규정이 주목받게 되었지요.
형법 제328조1항에 따라 직계혈족간의 특정 재산범죄들은 처벌을 할 수 없으며, 이를 친족상도례라 하는데요. 형제간일 경우에는 동거하지 않으면 적용 자체가 되지 않기에, 부모 자식간에는 제한이 없이 적용된다는 규정을 이용하여 부친이 자식을 구제하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해당 사건은 결국 친족상도례 폐지의 주장에 불을 지폈으며, 지난 27일 헌법재판소에서 드디어 헌법불합치의 결정이 나게 되었는데요.
판결이 내려진 것은 지적장애 3급의 장애를 지닌 청구인이 삼촌을 횡령과 준사기 혐의로 고소하였으나, 동거친족이라는 이유로 받은 '불기소 처분'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였습니다. 이러한 헌재의 결정은 아무리 가족이라 할지라도 이제 더는 서로에 대한 경제적 착취를 법적으로 용인해 주거나, 그 불법성을 감내해 줄 수 없다는 공공연한 선포의 의미로 보입니다.
해당 법안의 내용과 취지는?
친족상도례 폐지 소식을 접한 분들께서는 그게 대체 어떤 법안이었길래 재판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까지 헌법불합치에 이르게 된 것인지 궁금하실 수 있으실 텐데요.
정리해서 말하자면, 이는 8촌 내 혈족이나 4촌 내 인척, 배우자 간에 발생한 절도죄나 사기죄, 공갈죄, 횡령죄, 배임죄, 장물죄, 권리행사방해죄와 같은 재산범죄에 대하여서는 형을 면제하거나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을 말합니다.
범행 시 공범이 있었을 경우, 그에 대해서는 적용을 하지 않았었으며 피해자가 복수인 경우에는 그 피해자들이 모두 가해자와 친족 관계가 있어야 적용되었지요.
1953년, 이러한 친족상도례가 형법과 함께 제정되었던 것은 가정의 내부적인 사안에 대한 가족 구성원들의 결정을 존중하고 그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였습니다. '법은 가정의 문턱을 넘지 않는다'는 법언을 바탕으로 하여, 국가권력이 친족간의 일에 지나치게 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는데요.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어
다만, 세상이 많이 변하면서 가족에 대한 인식 역시 예전과 같지 않아졌습니다. 가족이니까 참아야 한다든가, 받은 것이 있으니 자식 된 도리로 견뎌야 한다는 과거의 생각들이 사실상 가해자에 대한 면죄부가 되어 왔다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가족에 대한 희생이 당연하다는 생각도 이제는 지난 시대의 고정관념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져 오던 와중, 2021년에는 피해자가 심신장애가 있는 장애인의 경우 재산범죄의 가해자인 가족에게 친족상도레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었었습니다. 이후, A씨의 사건으로 인해 완전히 이슈화가 되면서 제정된 지 71년 만에 드디어 친족상도례 폐지까지 온 것인데요.
현재, 해당 조항의 적용은 중지되어 있으며 2025년 12월 31일까지 국회가 대체 법안을 만들지 않을 시에는 효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됩니다. 다만, 형을 면제한다는 부분만 폐지이며 2항에서 직계혈족과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을 제외한 친족의 재산범죄가 친고죄라는 부분은 합헌으로 결정되었음을 알아 두어야 하겠습니다.
이제 더는 용납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헌재의 결정에 나름대로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는 방송인 A씨의 사건에서, 횡령을 자백한 부친은 친족상도례 폐지로 인하여 처벌을 받게 될까요?
안타깝지만, 형법 1조에 따라 범죄의 성립과 그 처벌에는 행위 시점의 법률이 적용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A씨 부친의 자백에 대한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을 듯 보입니다. 그러나 만약 처벌이 가능했다면, 횡령에 대한 이득액이 60억여 원으로 50억 원 이상이기 때문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이 적용되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처벌까지 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사안이었지요.
이제는 사회의 정서적으로도, 그리고 제도적으로도 '가족 간의 희생'이 아닌 엄연한 '범죄의 피해'로 여겨질 수 있는 부분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도록 해야겠습니다.
